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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후계체제 탄탄… 貧富격차·이민확대 최대 숙제로

곽수근 기자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03-24 09:33

國父 잃은 싱가포르

패도가장(覇道家長).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가 세상을 떠난 23일 인민망 등 중국의 매체는 그의 공과를 평가하며 이런 표현을 썼다. 중국 전국시대에 맹자가 왕도와 대비되는 말로 ‘힘에 의한 정치’를 말할 때 썼던 ‘패도’를 언급하며 리콴유의 권위주의를 지적한 것이다. 이 매체는 리콴유 사진의 절반을 빛, 나머지는 그림자로 표시하고 경제 발전과 부패 근절을 명(明), 가혹한 형벌과 언론 자유 제한 등을 암(暗)으로 지적했다.

중국뿐 아니라 영·미 매체는 리콴유가 떠난 싱가포르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고 전했다. 그가 남긴 유산 가운데 그림자에 해당하는 문제에 대한 지적이 사후 본격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리콴유 전 총리가 기반을 닦아 놓은 ‘다인종, 다문화 융화 정책’이 그의 사후(死後)엔 부메랑이 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다. 현재 싱가포르 전체 인구 546만 명 가운데 해외에서 이민온 이들이 150만 명에 달한다. 고질적인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외 이민자 유치를 장려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위해 인구수를 2030년까지 700만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이민자 수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고, 이에 대한 반발이 2017년 총선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외신은 전했다.

1959년 싱가포르가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면서 집권한 이후 한 번도 선거에서 진 적이 없는 인민행동당(PAP)은 2011년 선거에선 87석 가운데 역대 최다인 6석을 노동당(WP)에 내줬다. “후계자를 키우려면 최소 12~13년의 준비가 필요하다”며 2021년까지 집권 의사를 밝혔던 리셴룽 총리 입장에선 충격적인 결과였다. 싱가포르 정부는 권위주의 정부에 대한 반감이 민심으로 반영된것으로 분석했다.

리콴유에서 고촉통 총리를 거쳐 2004년 리셴룽에 이어진 체계적인 권력 이양 덕분에 리콴유 이후의 싱가포르가 당장 혼란에 빠지지는 않겠지만, 리콴유가 이끈 경제 성장의 과실(果實)이 부유층 위주로 분배되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빈부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1 범위에서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에서 싱가포르는 지난해 0.464를 기록할 정도로 소득 불평등이 심하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상황이다. 또 인구의 약 10%는 월 평균소득(4인가족 기준) 1000달러 이하
의 저소득층으로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리셴룽 총리를 비롯해 리콴유의 가족들이 싱가포르 정계와 재계에서 입지를 굳혀 리콴유 체제는 지속될 전망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의 부인 호칭(62)은 싱가포르 최대의 국영투자 회사인 테마섹 홀딩스의 CEO(최고경영자)로, 지난해 미 경제지 포브스가 뽑은 영향력 있는 세계 여성 가운데 59위에 올랐다. 테마섹은 자산 규모가 193조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국부 펀드로 꼽힌다. 리콴유의 2남 1녀 가운데 막내인 리셴양(58)은 싱가포르의 창이 국제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 싱가포르 민항항공청(CAAS)의 의장을 맡고 있다.

미 시사지 애틀랜틱은 “리콴유가 떠난 싱가포르에선 앞으로 리콴유의 가족 등 중국계 인사가 정계와 재계의 고위직을 독점한 것에 대한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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